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멋있는 것들

기념비

풀 키우는 오리 2022. 12. 24. 17:02

오늘 논문이 시작된 이래,
수개월만에 처음으로
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입니다. 다 썼으나 오타를 찾고
다듬는 과정에서 그렇게 많은 최종 파일이
생길지 몰랐으며
인쇄소에서 되돌아와서 다시 작업하게 되었을 때
논문과 모르는 사이가 되려고 했었습니다.
미켈란젤로가 천장의 그림을 그릴 때
남에게 잘 안보이는 부분을 그리더라도
“내가 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”고 답한 일화를
되새기며 꾹 참고 작업을 끝냈습니다.

거북선척후선 이후
후회없이 쏟아부어본 기분을 느꼈습니다.

쉬는 지금 막연한 불안감이
관성처럼 남아있지만
그 저항력을 없애기 위해
더 과하게 굴러다니며
책을 읽다가 졸음이 오면 눕고
먹고 싶으면 더 먹고
지금은
안락의자에서 다리를 흔들고 있습니다.

나에게는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고
논문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
걱정을 안해도 되는 주말입니다.
게다가 토요일입니다.
내일 또 놉니다.
다음주는 콘서트가
다다음주에 뉴질랜드 비행기가 저를 모십니다.

그래서
여기에 이렇게 기념비를 세웁니다.
2022.12.24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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